詩 모음

가진 것이 빈손 밖에 없을지라도/안도현

highlake(孤雲) 2018. 1. 18. 10:03


가진것이 빈손 밖에 없을지라도 / 안도현




이 지상에서 우리가 가진 것이
빈 손밖에 없다 할지라도
우리가 서로 바라보는 동안은
나 무엇 하나
부러운 것이 없습니다.


그대 손등 위에 처음으로
떨리는 내 손을 포개어 얹은 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무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많은 것을 주었습니다.
스스럼없이 준다는 것
그것은
빼앗는 것보다
괴롭고 힘든 일입니다.


이 지상에서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바친다는 것
그것은
세상 전체를 소유하는 것보다
부끄럽고 어려운 일입니다.

그대여
가진것이 없기 때문에
남에게 줄 것이 없어
마음 아파하는 사람을 사랑합니다.

그는 이미 많은 것을
누구에게 준
넉넉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詩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시/김시천  (0) 2018.01.19
해/박두진  (0) 2018.01.18
너는 나의 전부 다(茶)/김종제  (0) 2018.01.15
사랑하는 이가 있다는 것을/로즈 핀취즈  (0) 2018.01.14
어떤 이름/이기철  (0) 2018.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