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世說新語

작각서아 (雀角鼠牙)

highlake(孤雲) 2017. 11. 2. 14:10


작각서아 (雀角鼠牙)



'시경' '소남(召南)'편의 '행로(行露)'는 송사(訟事)에 걸려든 여인이

하소연하는 내용이다. 문맥이 똑 떨어지지 않아 역대로 해석이 분분

하다.

1절은 이렇다.

 

厭浥行露, 豈不夙夜? 謂行多露

축축한 이슬 길을 새벽과 밤엔 왜 안 가나?

길에 이슬 많아서죠

묻고 답했다.


이른 새벽이나 야밤에 다니지 않음은 이슬로 옷을 적시게 될까 걱정

해서다. 여자가 밤길을 다니다 강포한 자에게 더럽힘을 당하지 않겠

다는 의지를 밝힌 내용으로 읽는다.

이어지는 2절.


  誰謂雀無角?

  何以穿我屋? 誰謂女無家? 何以速我獄? 雖速我獄, 室家不足)."

참새 뿔이 없다고 누가 말했나? 무엇으로 내 집 지붕 뚫었겠는가?

네가 아내 없다고 누가 말했나? 무엇으로 나를 옥에 불러들였나?

나를 옥에 불러와도, 실가(室家) 되긴 부족하리



   다시 3절.


  誰謂鼠無牙? 何以穿我墉?

  誰謂女無家? 何以速我訟? 雖速我訟, 亦不女從

쥐 어금니 없다고 누가 말했나? 무엇으로 내 집 담을 뚫었겠는가?

네가 아내 없다고 누가 말했나? 어이해 소송에 날 불러들였나?

날 소송에 끌고 와도, 너를 좇진 않으리

작각서아(雀角鼠牙)는 참새 뿔과 쥐 어금니다. 참새는 뿔이 없고,

쥐는 앞니뿐이다. 뿔 없는 참새가 지붕을 뚫고, 어금니 없는 쥐가 담을

갉아 구멍을 낸다. 이렇듯 터무니없는 짓을 해도 절대 강포한 너를 따라

내 절개를 굽히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성호(星湖) 이익(李瀷)이 '시경질서(詩經疾書)'에서 설명한다.

"참새나 쥐가 매한가지이지만 참새가 지붕을 뚫는 것은 낮이라 쫓을

수가 있다. 쥐가 담장을 뚫는 것은 밤이라 막을 방법이 없어 걱정이 더

깊다. 이 두 미물은 잘 피해서 멀리 가지도 않으니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중략) 쫓아내도 안 되고 막지도 못하며, 없애려 들수록 더 번성하고,

멀리하려 할수록 더 가까이 붙는 것은 다만 이 두 미물만 그렇다.

나라의 난신(亂臣)이나 집안의 도적과 비슷하니,

마침내 다 거덜 나서 없어진 뒤라야 그칠 것이다." 참새가 뿔이 없고,

쥐에 어금니가 없다고 별일 없겠지 하고 그저 두면 지붕을 뚫고 담장에

구멍을 낸다. 그때 가서는 단속해도 늦다.

                                     <조선일보오피니언 중에서>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01/201711010306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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