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모음

그 겨울의 시

highlake(孤雲) 2026. 1. 20. 14:50

 

 

그 겨울의 시

          - 박노해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윗목 물그릇에

살얼음이 어는데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어린 나를 품어 안고

몇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소금 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죽지

않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 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네

 

찬 바람아 잠들어라

해야 해야 어서 떠라

 

한 겨울

얇은 이불에도

추운 줄 모르고

 

왠지 슬픈 노래

속에 눈물 흘리다가

 

눈 산의

새끼노루처럼

잠이 들곤 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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