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안 마이산(馬耳山)은 신비롭다.
“기이한 봉우리 하늘 밖에서 떨어졌는데 쌍으로 쭈뼛한 것이 말의 귀와 같구나.
높이는 몇 천 길인지 연기와 안개 속에 우뚝하다.”
조선 문인 김종직의 표현이 탁월하다.
마이산은 시대와 계절에 따라 부르는 이름도 다양하다.
봄에는 안개와 구름 속에 뚜렷한 두 봉우리가 바다에서 솟은 듯하여 ‘돛대봉’.
여름엔 용의 뿔 같은 봉우리가 푸른 나무와 어우러져 우뚝 솟은 것 같아 ‘용각봉’이라 한다.
가을 이름인 ‘마이산’은 말의 귀와 같다며 태종 이방원이 이름을 내렸다고 전한다.
겨울에는 눈이 쌓이지 않는 암반 봉우리가 먹물을 찍는 붓끝과 같아 ‘문필봉’이라 부른다.
진안 고원에 우뚝 솟아 멀리서도 존재감이 유별나지만, 가까이에서 살펴봐도 기묘하다.
이 특별한 생김새는 약 1억년 전 형성된 역암층이 오랜 풍파를 겪어 생긴 풍화혈(타포니
·tafoni) 때문이다. 표면이 울퉁불퉁해지고 벌집같이 구멍이 뚫리는 지질을 말한다.
영험한 기운이 깃든 곳이라 알려져서 그랬는지, 바위 구멍에는 크기가 다양한 불상을
누군가의 바람을 담아 모셔 놓았다.
한 쌍으로 여긴 봉우리는 암마이봉(686m)과 숫마이봉(676.8m)으로 부른다.
숫마이봉 자락에는 태조 이성계의 전설을 품은 은수사가 있다.
은수사에는 태조가 심은 씨앗이 자랐다는 청실배나무가 줄사철나무 군락과 함께
천연기념물이 되었다.
여름 풍경도 아름답지만, 바람 부는 날 청실배나무의 무성한 잎이 사그락거리는 소리가 특별하다.
탑사가 자리한 암마이봉에는 잠깐 볼 수 있는 장관이 있다.
탑 80기와 어우러지는 능소화와 도깨비 폭포다.
도깨비 폭포는 주로 장마철 비가 절벽을 타고 흘러내릴 때 생겨났다가 사라져 도깨비 같다는 뜻이다.
빗물이 절벽 따라 폭포로 흐르는가 하면, 능소화는 절벽을 타고 오른다.
마이산 여름철 비경을 모두 즐기기는 어렵다.
수없이 가봐도 만발한 능소화와 도깨비 폭포가 웅장하게 쏟아지는 때를 못 맞추었다.
그럼에도 도깨비처럼 마주한 실폭포와 몇 송이 핀 능소화는 마이산에서 마주한 여름날의 인연이었다.
능소화의 꽃말은 기다림이다.
<조선일보 오피니언(윤주의 이제는 국가유산)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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