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모음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백석

highlake(孤雲) 2021. 3. 6. 12:03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내린다.

 


나타샤를 사랑 하고
눈은 푹푹 내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다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흐르는 깊은
산골로 가 살자.

눈은 푹푹 내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면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내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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