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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얼굴하고 뒤로는 더러운 짓 했던 X들/만물상

highlake(孤雲) 2018. 4. 18. 10:52

[만물상] '깨끗한 얼굴 하고 뒤로는 더러운 짓 했던 ×들'


양두구육(羊頭狗肉)이란 말이 있다. 가게 앞에는 양 머리를 걸어놓고 실제론 개 고기를

파는 걸 가리킨다. 그럴듯한 간판으로 사람을 속이는 걸 풍자하는 고사성어다.

중국 후한(後漢)의 광무제가 내린 조서에도 비슷한 말이 나온다.

"양 머리를 걸고 말린 말 고기를 팔고, 도척이 공자 말씀을 한다."

도척(盜跖)은 춘추시대 대도(大盜)다. 남의 것 훔치는 걸 전문으로 하면서도 입만 열면

의리와 용기를 얘기했으니 위선의 전형이다.

▶멀리 갈 것 없다. 지난달 안희정 충남지사는 직원 행사에서 '미투(나도 당했다)' 운동을

언급하며 "남성 중심적 권력 질서에 따른 폭력이 다 희롱이고 폭력"이라고 했다.

그 당시 이미 여성 비서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음이 뒤늦게 드러났다.

참여연대 출신 김기식 금감원장은 평생 1만원짜리 접대도 거부했을 것 같은 이미지를

쌓아왔다. 접대성 출장을 다녀온 다른 사람들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라고 일갈했다.

그런 그가 구악(舊惡) 정치인들을 능가했다. 

▶'민주당원 댓글 공작'사건 주범 중 한 명이 체포 직전 소셜 미디어에 이런 글을 남겼다.

"2017년 대선 댓글부대의 진짜 배후가 누구인지 알아? 언젠가 깨끗한 얼굴을 하고

뒤로는 더러운 짓 했던 넘들(놈들)이 뉴스 메인 장식하는 날이 올 것이다."

'드루킹'이라는 필명을 쓰며 민주당 권리당원으로 활동해 온 그가 현 여권(與圈)을 겨냥

한 말이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을 의식한 듯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어디 구덩

이라도 파고 소리라도 질러야겠다"고 썼다.

▶'소명(召命)으로서의 정치'를 집필한 막스 베버는 상대방을 부도덕하게 보이게 해

이익을 취하려는 정치를 하수(下手) 중의 하수로 보았다. 도덕주의를 강조하는 정치는

정작 자신이 부도덕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한국 좌파는 유난히 도덕성을 내세워 왔다. 세상을 선악(善惡) 이분법으로 나누고

자신들은 선한 편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연이어 드러

나고 있다. 논문 표절한 사람이 다른 사람 표절을 비난하고, 아파트 두 채 갖고 다른

사람에게 집 팔라고 하고, 제 자식은 특목고 보내고 다른 사람은 못 가게 하고,

남들은 블랙리스트로 감옥 가는데 자신들도 같은 일을 하고…. 이 내로남불에 대한

실토가 내부로부터 나왔다. '깨끗한 얼굴 하고 뒤로는 더러운 짓 했다.'


                                              <조선일보 오피니언 중에서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16/201804160250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