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오후의 편안한 잠,
햇빛을 받으며 신나게 자전거를 타는일,
과수원에서 맞이하는 아침,
우편함에서 발견한 반가운 편지 한 통,
잘 익은 복숭아를 맛보는 일,
일을 마무리 하고 난 후에 느끼는 날아갈 듯한 기분,
시험이 끝나자마자 공부한 것을 몽땅 잊어버리는 것,
지나온 인생의 행로를 노트에 적어보는 일,
너무 무겁지 않을 정도의 진지한 태도,
가슴 벅찬 기쁨으로 흥분하기 전 온몸에 돋아나는 까칠한 닭살들,
따뜻한 샤워를 하고 산뜻하게 잠자리에 드는 일,
문득 떠오르는 첫사랑의 아련한 미소,
뿔 달린 망아지처럼 종잡을 수 없는 젊은이들의 열기,
치아 교정기를 떼어내고 자신감 있게 활짝 웃어 보는 일,
비오는 날 우산을 펴지 않고 일부러 맞아보는 빗방울,
할아버지 할머니의 넉넉한 품,
좌절감을 격언과 선지식의 가르침때문 희망으로 바꾸어 생각하는 것,
매번 모든 것이 전혀 새로워질 수 있다는 사실,
인터넷 스마트폰이 주는 생소한 즐거움,
고난과 실패한 사람들의 성공 극복기,
우연한 만남의 남여가 우여곡절 끝에 해피앤등으로 끝나는 사연의 드라마
영화 한 편,
유행이 한참 지난 엄마의 귀걸이를 착용하고 시내를 배회해 보는 것,
마지막 수업을 빼먹고 친구들과 놀러 나가는 일,
캄캄해질 때까지 애견을 데리고 공원을 산책하는 일,
창문에 녹색의 얇은 종이를 잘라 운치 있는 모양을 내보는 일,
잔잔한 호수 위 멀리 수면에 돌을 던져 통통거리며 만들어지는 물 수제비,
산속 배회중에 피어난 샛노란 야생초 꽃의 향기를 맡아 보는 것,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분명히 알게 된 순간,
과거의 일을 생각하다 가만히 웃고 지나갈 수 있는 것.
- 로버트 발저(Robert Wals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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