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모음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노천명
highlake(孤雲)
2018. 12. 3. 16:55
이름없는 여인이 되어/노천명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 가
나는 이름없는 여인이 되고싶소.
초가지붕에 박 넝쿨 올리고,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싫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소.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짓고
나는 여왕 보다 더 행복 하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