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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의 전부 다(茶)/김종제

highlake(孤雲) 2018. 1. 15. 09:50


너는 나의 전부, 다(茶) / 김종제 

  


지리산 하동쪽 어디
칠불암 올라가는 산자락 옆에서
쌍계사 대웅전 밑에서
초록으로 물들은
무명 저고리 입은 여인네.

다(茶),
너를 만났으니
삶의 먼지 뽀얗게 뒤집어 쓰고
서로 보듬고 한 번 살아 보자.
세찬 눈보라,
지리산 등허리가 막아줄테고
물기 얹은 섬진강 바람
마음 속까지 축축하게 적셔줄테니
살아 이승에서도
죽어 강 건너 저승에서도
네가 나의 전체
다(茶), 하면서 살아보자.

아침의 미닫이문을
드르륵 열어젖히매
네가 나의 하루를 만들고
봄의 유리창문을
활짝 밀치매
네가 나의 사시사철 일년이다.

어느 먼곳에서부터 동이 터오면
너의 옷을 살며시 벗겨내고
마른 잎 닮은
눈과 입술과 가슴과

뜨거운 나의 세상에 담아 놓는다.
내속에서 향기로 퍼져 나가는
다(茶),
너는 비로소 내 것이다.



출처/가장 행복한 공부